저는 태생이 호기심이 많고, 일단 해보는것을 두려워 하지 않기에 취미를 여러개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문구류 모으기, 만년필로 필사하기도 취미로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만년필을 사용하게 된 계기는 어느날 3년 넘게 쓴 몰스킨 노트를 보는데 글씨가 너무 유아틱 한겁니다.

중학생때 굳혀진 글씨체가 20년이 훌쩍 넘어도 발전없이 예전 그때의 글씨체인 것을 보고 글씨체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글씨 쓸때 오른속 검지가 변형될 정도로 펜을 잡고 꾹꾹 눌러 쓰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글씨체 바꾸는게 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계속 찾아본 결과 이런 부분을 해결해줄 필기구가 바로 만년필이라는 것을 알고 베스트펜에서 트위스비 에코를 처음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글씨 교정책과 트위스비 에코를 준비하고 올해 5월부터 하루에 한시간씩 꾸준히 글씨 연습을 했습니다.

펜을 잡은 손에 힘을 빼는 것부터 시작해서 ㄱ,ㄴ,ㄷ부터 써 나갔습니다.

그렇게 시작한지 벌써 4개월이 지났습니다.

A4지에 문체부 정자체를 인쇄해서 거의 한권을 썼구요, 글자교정책도 한권을 다 썼습니다.

그러다보니 글씨체도 점점 변해가고 좋더라구요. 여전히 연습을 하고 있고, 이제는 책을 필사하고 있습니다.

이 만년필이라는게 참 재밌는게 만년필 제조사마다, 종류마다 특성이 다르다보니 어떤 종류의 만년필을 쓰냐에 따라 매력이 다 다른 것이 매력적입니다.

다른 만년필은 어떤 필감을 갖고 있을까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다보니 저가형부터 중고가까지 20여개의 만년필을 소유하게 되버렸습니다.

(호기심인지 소유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ㅎ)

그리고 사각사각 하면서 부드럽게 써지는 펜을 좋아하는데 필압이나 속도에 따라 획의 두께를 바꿀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둥글둥글한 글씨체를 가지고 있었는데 만년필로 글을 쓰다보니 그냥 써도 뭔가 있어 보이게끔 쓸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동차도 벌써 12년 넘게 28만 키로를 타고 있을 정도로 물건을 잘 팔지 않고, 오래오래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만년필이 거기에 딱 부합합니다.

만년필은 관리만 잘하면 오래도록 쓸수 있고, 뭔가 쓰면 쓸수록 나의 손에 맞게끔 커스터마이징 되는 것이 매력입니다.

오래 쓸수록 더 나에게 맞게 되니 오래쓸수록 더 가치를 발하게 됩니다. 제 성격이랑 딱 들어 맞습니다.

또 만년필의 배럴에 무늬라든지 광택이라든지, 혹은 닙에 새겨진 인그레이빙을 보다 보면 너무 아름다운것 같습니다.

만년필을 빛 좋은 곳에 가져가 배럴의 패턴이나 무늬를 비춰본다던지, 루페로 정밀하게 세공된 닙의 문양을 가만히 바라보면 재밌기도 하면서 장인정신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막 다른 무늬의 만년필을 구매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이게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네요ㅎ)

마지막으로는 만년필에 넣어서 쓸 잉크들이 너무나도 다양해서 하나의 만년필만을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잉크에 따라 테 라던지 색분리 같은 것을 만년필에서는 경험해 볼수 있습니다.

그 발색된 종이를 바라만 봐도 오묘하면서 너무 좋습니다.

아내가 립스틱을 좋아하는데 항상 저에게 하는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똑같은 립스틱 색깔은 없다'

저는 이런말을 들을때마다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제가 잉크를 구매하면서 아내에게 이런말을 합니다.

'이 세상에 똑같은 잉크 색깔은 없다' 라고 말입니다.

이제서야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만년필은 정말 쓰면 쓸수록 매력적인것 같습니다.